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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해결사'로 통하는 손창호 포항시 상수도과장, 35년 공직생활 마무리
  • 편집국 편집인
  • 등록 2021-12-29 01: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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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987년 공직생활 입문 후 35년간 포항시 발전에 기여
  • - 일자리경제노동과장, 새마을체육과장 등 주요 보직 역임
  • - 가뭄, 일본 수출 규제 등 숱한 위기마다 탁월한 대처 능력 발휘

위기 해결사'로 통하는 손창호 포항시 상수도과장, 35년 공직생활 마무리 모습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가족과 직장 동료들의 응원 속에서 ‘인생 제2막’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이 있다.

 

오는 31일 35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포항시 맑은물사업본부의 손창호 상수도과장도 이들 사이에서 첫 발을 뗄 준비 중이다.

 

포항 기계면에서 태어난 그는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에 공무원을 결심하고, 1987년 문경시 가은읍사무소에서 9급 새내기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비록 처음엔 집안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었지만, 여러 부서를 거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포항시와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공무원다운 공무원이 되자고 다짐했어요. ”문경에서 1년을 보내고 고향인 포항으로 돌아온 손 과장은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과 능력을 쌓았다.

 

지난 2017년엔 능력을 인정받아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기계면장, 일자리경제노동과장, 새마을체육과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포항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탁월한 ‘해결사’로서 포항시정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인물이다.

 

그는 인생의 반이 넘는 공직 생활 속에서 가장 보람차고 기억에 남는 업적으로 먼저 행정자치부의 장관상을 수상했던 2015년도를 떠올렸다.

 

“2015년에 포항시가 전국 최초로 통합징수팀을 신설하면서 재정관리과에서 근무 중이었던 저는 체납 무한추적팀장을 맡았어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팀원들과 함께 100억 원 이상의 체납액을 정리해 내 ‘지방재정 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행자부 장관상과 상금 2억 원을 수상했죠.”

 

성과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해 포항시 재정 분야에서 공무원 대상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고 한다. 팀장으로서의 능력과 두드러진 활약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7년엔 ‘공무원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무관으로 승진, 고향 기계면장으로 부임했다.

 

“제 고향이기도 하고, 주민 대부분이 부모님 나이대 어르신들이잖아요. 좀 더 가까이에서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에 매일같이 경로당을 방문하곤 했어요.”

어르신들을 자식처럼 살뜰하게 챙기면서도 면장인 만큼 본분을 잊지 않고 면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현장 행정 추진에도 힘썼다.

 

특히, 2017년은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해 논밭이 타들어 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농민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던 한해였다.

이에 손 과장은 가뭄 해소를 위해 수자원공사의 협조 요청에 나섰다.

“저도 농사꾼의 자식인데 그 애타고 참담한 심정을 어떻게 모르겠어요. 다행히 수자원공사에서 협조를 얻은 덕분에 영천댐에서 포항공단으로 가는 공업용수를 무료로 통수해 기계면 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풍년 농사를 이뤄냈어요.”

면민들에게 호평받은 가뭄 대책은 지자체와 수자원공사의 훌륭한 협업 사례로도 남았다고 한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일로 그는 일자리경제과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2019년도를 떠올렸다.

“2019년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기업들이 참 힘든 시기를 보냈던 해였죠. 어려움에 빠진 포항지역 기업들을 위해 경북도 내 최초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일본 수출규제 피해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기업 피해 접수와 지원 대책을 마련했어요. 신속한 대응으로 공단 내 피해를 최소화로 넘긴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다행인 일이에요.”

 

그렇게 악재를 넘겼지만, 바로 다음 해인 2020년은 한파보다 더 매서운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소상공인들의 삶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손 과장은 행정자치부에 건의해 ‘전국 최초’로 포항사랑상품권을 3천억 원 규모로 확대 발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겪었죠. 이들의 안정 도모를 위해 포항사랑상품권 확대 발행 외에도 착한 임대료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소상공인 특례지원을 추진하는 등 경제 살리기 운동을 펼쳤어요.”

 

이 외에도 새마을체육과장 시절엔 2022년 개최될 ‘제60회 경북도민체전’을 위해 중앙부처로부터 종합운동장 리모델링 예산 215억 원을 확보했고, 남구 지역민들을 위해 실내 수영장, 다목적체육관, 다함께돌봄센터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애썼다.

 

그리고 현재. 상수도과장으로서 영일만4산단 공업 용수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고, 물 복지 실현을 위해 읍ㆍ면 지역의 상수도 보급을 확대하고자 예산 30억 원을 확보해 내년에 급수할 예정이다.

 

“저는 31일부로 퇴직하지만, 내년에 예정된 일들은 후배 공직자들이 잘 해주리라 믿어요. 그리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지속 중인 만큼 포항시민으로 돌아가서도 이강덕 시장님과 후배 공직자들을 응원하고, 필요하다면 힘도 보태야죠.”

 

1987년부터 2021년까지. 20대의 젊은 9급 공무원은 35년이라는 세월을 정신없이 내달렸고, 어느덧 정년퇴직을 앞둔 베테랑 공무원이 됐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위기 속에서 빛난 대처 능력으로 남긴 굵직한 업적들에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공무원 생활을 해오면서 일이 힘든 적은 없었지만, 늘 바쁘게 사느라 가족들에게 더 신경을 쓰지 못해 미안하고, ‘잘 살아온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인생을 즐기면서 열심히 일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긴 회상 끝에 걸린 미소가 씁쓸해 보이지만, ‘100세 시대’인 요즘은 ‘인생 제2막’이 더 중요한 세상이다. 그에게는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다.

 

“예전부터 퇴직하거든 산티아고 성지순례를 가보고 싶었는데, 이건 코로나가 종식돼야 하니까 좀 미뤄둬야죠. 우선은 여유를 가지고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요. 건강도 챙기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도 보내면서 제 인생 2막장을 계획해보려고요. 기회가 되면 시를 적어서 시집도 한 권 내보고 싶네요.”

 

손창호 과장의 35년 공직 생활은 2021년과 함께 마무리되지만, '늘 오늘보단 내일이, 올해보다 새해가 더욱 기대되는 법'. 곧 맞이할 2022년부터 새롭게 시작될 그의 ‘인생 제2막’은 기대로 가득하다.

언젠가 칠레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을 그를 상상하며 무한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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