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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는 성평등이 빠진 저출생 정책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 염정희
  • 등록 2024-05-14 21: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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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공동발표

 경상북도는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20대 핵심과제를 포함한 100대 과제를 내놓고 1조 2천억 규모의 저출생 극복 예산을 투입한다“며 5월13일 이철우 도지사는 저출생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 환경 개선과 문화 환경 개선을 중점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요 정책으로는 만남 주선, 출산 및 돌봄 주거지원,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6개 분야 100대 과제를 통해 만남, 출산과 양육, 주거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빠르게 구축하고 일‧생활 균형 인식 확산 등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가정의 삶의 질을 보장할 것이라고 하였다.

 

 2023년 4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65명이다. 저출생 고령화사회 문제는 지방일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며 경북도 마찬가지다. 이에 저출생 문제에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우리 사회가 합계출산율 0.65명이라는 수치가 나타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중첩되어 있다.

 

 OECD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122시간 많은 노동시간 그리고 결혼과 출생 비용은 물론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많아짐으로 아이를 선택하기는커녕 결혼까지 포기하게 된다. 결혼 후에는 여성이 일하더라도 여전히 가사노동 비율이 80% 정도이며 여성이 출산함으로 노동시장에서의 불이익도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시장에 몰려있는 청년 여성들의 소득 불안정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원인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경북이 내놓은 정책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경북은 “저출생과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밝히며 그동안 해 오던 남녀 주선 사업을 확대하여 ‘미혼남녀 커플 국제 크루즈여행’과 ‘청춘동아리’, ‘공식 만남 주선’, ‘솔로 마을’ 등 경상북도가 결혼정보회사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청년들이 만남의 기회가 없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된 것일까? 이런 시대착오적인 정책에 인력과 예산을 쓰겠다는 것인지 저출생의 근본원인을 잘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경북은 “전쟁”이라는 폭력적인 단어를 사용하였는데 저출생 즉 경상북도민이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은 저출생의 문제가 위기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의 심각성을 표현한 것이겠지만 이런 폭력적인 표현은 저출생의 본질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저출생 대응에 사용한 예산이 18년동안 380조에 달한다고 하며 경북도 1조 2천억을 쓰겠다고 밝혔다. 많은 비용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사용하는가 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비용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발표한 사업 중 양성평등 분야에 ‘다자녀 가정우대‧할인’, ‘아동 친화 음식점’, ‘웰컴 키즈존 운영’, ‘다자녀 가정 공무원 특별 우대’ 등 ‘다자녀 가정을 국가 유공자 수준으로 우대’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양성평등사업은 우리사회의 양성평등문화 정착 및 의식 확산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평등문화 확산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예산과 사업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북은 해마다 성평등지수가 전국 최하위 수준임에도 양성평등 사업에 다자녀가족 지원만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윤석열 정부는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공석으로 두면서 결국에는 폐지하겠다는 의지에 맞춰 지방에서도 성평등 정책이 퇴행하고 있는 이때, 경북의 저출생 극복 대응책에 “성평등”이 빠져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요소의 바탕이 되는 성평등인식 확산을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하다.

 

 경상북도는 청년여성들이 마주하고 있는 성차별적인 구조를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을 바라며 성평등이 빠진 저출생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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