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면 주민 집회 모습 포항시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배분받은 원자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 약 99억5,600만원 가운데 84억8,500만원을 일반회계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체 배분액의 약 85%에 해당하는 규모다.
원자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는 원전 소재 지역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배분되는 재원으로, 원전으로 인한 지역의 안전과 방재, 주민 지원 등을 위한 사업에 활용된다.
포항시가 해당 재원을 배분받기 시작한 것은 2024년부터다. 월성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일부 지역 등이 포함되면서 관련 재원이 포항시에도 배분됐다.
포항시는 2024년 16억6,398만원, 2025년 47억9,243만원, 2026년 34억9,791만원 등 3년간 약 99억5,600만원을 배분받았다.
당초 포항시는 원자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를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특별회계 설치 조례를 제정했다. 특별회계의 주요 세출 대상으로는 방사능·재난안전·방재대책 사업 등이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포항시는 2025년 관련 조례를 개정하면서 특별회계로 관리하는 재원의 범위를 축소했다. 이후 배분받은 재원 상당 부분을 일반회계로 편성했다.
포항시는 당시 보통교부세 감소 등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원전 관련 재원이 늘어날 경우 보통교부세가 감소해 전체적인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북도 특정감사에서는 포항시의 관련 조례 개정과 예산 편성·집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북도는 특별회계 설치 목적에 맞지 않게 관련 재원을 일반회계로 편성한 점 등을 지적하고 포항시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포항시가 3년간 배분받은 약 99억5,600만원 가운데 일반회계로 편성한 금액은 84억8,500만원이다. 논란은 장기면 주민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장기면 주민들은 지난 8월 31일 포항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자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의 일반회계 편성을 중단하고, 관련 재원을 주민 안전과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특히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원전 사고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만큼 관련 재원이 방재시설과 대피시설, 주민 안전사업 등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단순히 예산의 규모만이 아니다. 약 99억원의 원전 관련 재원 가운데 85%가량이 일반회계로 편성된 과정과 그 재원이 실제 어떤 사업에 사용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2025년 조례 개정 당시 포항시 집행부가 어떤 근거로 특별회계의 범위를 축소했는지, 이를 심의한 포항시의회가 재원 운용의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향후 쟁점으로 남아 있다.
포항시는 논란이 커지자 내년부터 원자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를 독립된 특별회계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조례도 특별회계 설치 목적에 맞도록 다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장기면 주민들은 조례를 다시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일반회계로 편성된 84억8,500만원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과 편성 과정, 향후 원전 관련 재원의 운용 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원전 관련 재원의 효율적인 운용을 넘어, 위험을 부담하는 지역에 배분된 재원을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포항시가 특별회계 재편과 조례 개정을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얼마나 반영할지, 또 이미 일반회계로 편성된 재원에 대해 어떤 설명과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