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인 지난 15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삼서원이 특별한 독립운동 체험의 공간으로 변했다.
장기발전연구회는 국가유산 활용사업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의 세 번째 프로그램으로 가족 역사체험 프로그램 **‘코드명 학 세마리’**를 운영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어린이와 부모 등 가족 참가자 30여 명이 참여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학삼서원 곳곳을 누비며 독립운동의 의미와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몸으로 체험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책이나 강의를 통해 독립운동사를 배우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참가자들이 직접 ‘독립군’이 되어 임무를 수행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행사의 시작은 역사 이야기였다.
참가자들은 학삼서원 마루에 모여 조선시대 지방 교육기관인 향교와 서원의 역할을 알아보고, 학삼서원에 남아 있는 역사적 흔적과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현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역사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곧바로 독립군으로 변신했다.
가족별로 의병단을 구성한 참가자들은 흰 천에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 괘를 직접 그려 자신만의 태극기를 완성했다. 부모는 자를 이용해 선을 잡고, 아이들은 태극 문양과 괘를 색칠하며 하나의 태극기를 완성했다.
완성된 태극기를 머리에 두른 아이들은 이제 ‘독립군’이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임무를 시작했다.
첫 번째 임무, “백범의 글씨를 찾아라”
첫 번째 미션은 학삼서원에 걸린 여러 현판 가운데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현판 두 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워크북에 담긴 단서와 앞서 들었던 역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강학당과 사당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판의 글씨를 비교하고 정답을 찾아냈다.
단순히 현판을 바라보는 관람형 문화유산 체험이 아니라, 참가자 스스로 질문하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두 번째 임무, “군자금을 전달하라”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은 ‘군자금 전달 미션’이었다. 참가자들은 암호를 풀고 비밀 임무를 수행해 군자금을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곳곳에는 독립군을 감시하는 ‘밀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무 수행 중 밀정에게 발각된 참가자는 장기지역의 역사적 공간을 모티브로 설정한 ‘장기 주재소’로 끌려가 감옥에 갇히는 역할극을 경험했다.
아이들은 실제 독립운동가들이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위험한 상황 속에서 활동했던 모습을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특히 부모들도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보기만 하는 관람객이 아니었다.
함께 암호를 풀고 단서를 찾으며 때로는 아이들의 작전을 돕는 동료 독립군이 되어 가족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다.
독립운동에서 전통문화 체험까지 모든 임무를 마친 뒤에는 장기지역의 특산물인 친환경 단호박을 활용한 전통 떡메치기 체험이 이어졌다.
노란 단호박 떡 반죽을 가운데 두고 부모와 아이들이 번갈아 떡메를 내리칠 때마다 서원 마당에는 힘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사교육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지역 농산물과 전통문화 체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참가자들에게 역사와 지역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시간이 됐다.
한 참가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역사 이야기를 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뛰어다니며 미션을 수행하니 아이가 훨씬 집중하는 것 같았다”며 “오늘 경험한 독립운동 이야기는 오래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발전연구회 관계자는 “국가유산은 바라보고 설명을 듣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사람들이 직접 경험할 때 더욱 살아난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놀이와 미션을 통해 우리 지역의 역사와 독립운동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는 작은 지역이지만 오랜 역사와 충의의 정신, 그리고 독립을 향한 기억이 살아 있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장기의 국가유산이 미래세대에게 살아 있는 역사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기발전연구회는 국가유산 활용사업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를 통해 장기향교와 장기읍성, 학삼서원 등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는 9월 13일에는 네 번째 프로그램 ‘물고기, 용쓰면 용된다’**가 장기향교와 장기읍성 일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향교 건물 곳곳에 새겨진 용과 물고기 문양을 찾아보며 ‘등용문’의 의미를 알아보고, 조선시대 선비의 상징인 갓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 마련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회차별 2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